밥값/ 빤냐완따 스님

관리자
2022-12-06
조회수 705

《밥값》 


12월 달력 한 장이 스프링에 매달려 있습니다.

새해 첫날 걸어둘 때는 제법 무거웠는데

어느덧 낙옆처럼 가벼워졌습니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동그랗게 표시된 공양청 날짜

온갖 법모임 날짜가 허공을 스쳐갔건만 


마지막 남은 한 장의 달력처럼

몸과 마음은 얼마나 가벼워졌는지.

받은 공양물은 제대로 소화나 시켰는지. 


연초에 새달력 걸면서 했던 다짐들이 있습니다.

정성이 담긴 시주물을 받아먹고 살면서

밥값은 하고 사는 사람이 되자. 


감각적인 것에 이끌려 헤매지 말고

알아차림 없이 습관적으로 행위하지 말며

언제 어디서나 알아차림과 함께하는 삶을 살자. 


쓸데 없는 일, 의미 없는 일에 마음 두지 말고

꼭 해야 할 일만을 선택해 최선을 다하되

항상 분명한 앎, 알아차림과 함께하는 삶을 살자. 


법담을 하든 사유를 하듯

독송을 하든 사경을 하든

좌선을 하든 행선을 하든 


안으로 깊이 성찰하여 번뇌의 고리를 끊고

밖으로는 자애심과 연민심을 발현하여

만나는 모든 분들을 행복하게 하자. 


탁발할 때도 공양할 때도 

대화할 때도 침묵할 때도

길걸을 때도 버스탈 때도 


가지런한 몸가짐 청정해진 마음으로

고통받는 모든 분들의 복밭이 되자. 

떳떳하게 밥을 먹는 수행자 되자.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불자가 됩시다.

항상 남을 행복하게 하는 불자가 됩시다.

우리 모두 밥값하는 불자가 됩시다.



《감정》 


모든 감정은 마음의 산물입니다.

6근과 6경이 접촉하는 순간

감정이 생겨납니다.


하나의 감정이 생겨났다 사라진 뒤

또 하나의 감정이 나타났다 사라집니다.

무수한 감정들이 연쇄반응을 일으킵니다. 


접촉 순간을 알아차리지 못하면

어떤 감정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이미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버린 것입니다. 


미운 대상을 만나면 불쑥 화가 일어납니다.

고운 대상을 만나면 좋은 감정이 생겨납니다.

꿈 속에서도 화를 내거나 미소를 짓습니다. 


마음은 언제나 전쟁터요 병원 같습니다.

온갖 감정들이 시도때도 없이 각축을 벌립니다 

그래서 마음은 어느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습니다. 


무수한 감정들이 일어났다 사라지지만

일어나는 순간 그 일어남을 알지 못하면

사라지는 순간 그 사라짐 또한 알 수 없습니다. 


사라짐을 모르면 마음의 본성을 알 수 없습니다

감정의 일어남과 사라짐을 알지 못하면 

마음의 감옥에 갖히게 됩니다. 


감정은 조건을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화합니다.

그 무상성을 알지 못하면 감정에 휩싸입니다.

그는 이미 감정의 희생양이 된 것입니다. 


하루에도 오만 감정들이 구름처럼 일어납니다.

오만가지 감정들이 연기처럼 사라집니다.

끊임없이 일어났다 사라집니다. 


일어난 감정에 대해 두려워할 필요 없습니다.

그렇다고 좋아서 흥분할 일도 아닙니다.

조건을 따라 생멸하는 마음현상일 뿐입니다. 


나쁜 원인 때문에 나쁜 감정이 일어나고

선한 원인 때문에 선한 감정이 생겨납니다.

원인이 없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감정은 실체가 없습니다. 마음의 장난입니다.

알아차림이 없으면 일평생 그 장난에 놀아납니다.

알아차림이 있으면 결코 그 장난에 속지 않습니다. 


냄비 안에 감정의 죽이 끓고 있습니다.

죽거품들이 끊임없이 생겨났다 사라집니다.

어디서 새 죽거품이 솟아오를지 아무도 모릅니다. 


단지 바라만 보십시오.



《혼자》 


사람들은 혼자 있을 때 외로움을 느낍니다.

사회로부터 격리되었을 때 두려움을 느낍니다. 


찾는 사람 하나 없고 마땅히 갈 곳도 없을 때

고독하다고 합니다. 고립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럿이 함께 살아도 다들 내맘같지 않을 때 

외로움을 느낍니다. 소외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초대도 받지 않고 혼자 세상에 왔다가

허락도 받지 않고 혼자 세상을 떠납니다. 


이처럼 빈손 빈몸으로 와서 잠시 살다가

어느날 문득 조용히 혼자 떠나는 게 인생입니다. 


흔히 사람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합니다만

사람은 본래 혼자일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결국 혼자 남게 된다는 진실을 이해한다면,

함께 걸으면서도 혼자 걷고 있음을 자각한다면, 


깊은 산중에 혼자 살아도 외롭지 않습니다.

군중 속에 혼자 있어도 고독하지 않습니다. 


고독의 본질을 깨달을 때 고독 속에서 오히려

진정한 자유와 평온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본질을 알지 못한 채

고독을 싫어합니다. 고립을 두려워합니다. 


가능한 많은 것들과 관계 맺고 싶어합니다.

관계를 통해 자신을 보호 받고 싶어합니다. 


우리는 본래부터 외로운 행성입니다.

궤도가 제각기 다른 떠돌이 별입니다. 


다정한 벗과 함께 거리를 걸을 때도

따뜻한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눌 때도 


우리는 항상 외로운 행성이며

우주를 헤매는 떠돌이 별입니다. 


고따마 붓다께서 이르시길

스스로를 등불 삼고 의지처 삼으라 하셨습니다. 


고독은 위대한 스승이요, 좋은 도반입니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고독과 고립, 극한의 외로움 속에서 마침내 

인간 존재 본연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많은 것들을 의지해 살아갑니다. 


부모에 의지하고 친구에 의지하고 

스승에 의지하고 신에 의지합니다. 


일평생 많은 것들을 의지하면서 살아왔습니다.

그로 인해 의존적 존재가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 꿈에서 깨어나 운 적이 있습니다. 모두들

나혼자 남겨놓고 어디론가 떠나간 꿈을 꾼 것입니다. 


이제는 두렵지 않습니다. 

고독을 즐깁니다. 


고독할 때 숨을 들이키고 있는 자신이 보이고 

고독할 때 숨을 내쉬고 있는 자연이 관찰됩니다. 


가끔 이렇게 묻는 사람이 있습니다. 


스님은 외롭지 않으세요?

밤이 되면 무섭지 않으세요? 


푸른 하늘에는 태양이 불타고 있고

밤하늘에는 별들이 반짝이고 있습니다. 


아침 안개 자욱한 숲속의 오솔길에서 

혹은 벌레 먹은 참나무 그루터기 위에서 


자연이 들려주는 무심의 노래를 듣거나

마음이 들려주는 무상의 노래를 감상합니다. 


산중에 산다고 해서 다 산에 사는 것이 이닙니다.

저자거리에 있다고 해서 다 세간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이 세상을 그리워하고 사람을 그리워하면

그것은 이미 세간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깨어있는 마음으로 내면의 세계를 보고 있다면

그것은 이미 깊은 산중에 혼자 살고 있는 것입니다. 


혼자 있을 때 적적하다고 합니다.

할 일이 없을 때 심심하다고 합니다. 


적적하다 심심하다는 말이 일반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의미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수행자에게 있어 심심하다 적적하다는 말은

감각적 욕망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음상태가 심심하고 적적하다는 것은

마음의 할 일이 차츰 줄어들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마음의 할 일이 완전히 없어졌을 때 비로소 그는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마음의 고향에 도착한 것입니다. 


             * 


불멸 2566. 12. 4

천림산 기슭에서 

메따와 함께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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