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작은 목숨 하나라도
-살생과 폭력에 대하여-
<팔정도경>은 열반의 실현을 위한 도닦음의 8가지 품을 설해놓은 경입니다. 팔정도(八正道)는 <계·정·혜> 3학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도달해야 할 목적지를 설정한다는 의미에서 가장 먼저 <혜(慧)>(바른 견해, 바른 생각)이 설해져 있고, 그 다음으로 열반의 초석이라 할 수 있는 <계(戒)>(바른 생계, 바른 언어, 바른 행위)가 설해져 있으며, 마지막으로 수행의 본론에 해당하는 <정(定)>(바른 노력, 바른 사띠, 바른 삼매)이 설해져 있습니다.
이 승은 매일 빨리어<팔정도경>을 암송합니다. 오전에도 암송하고 오후에도 암송하고, 새벽에도 암송하고 밤에도 암송합니다. 암송에만 집중하다 보면 간혹 한글의 뜻을 못 새길 때도 있지만, 가능한 한글의 뜻을 새겨가면서 암송합니다. 빨리어 암송이 어느 정도 익어지면 한글의 뜻은 저절로 따라 붙게 됩니다. 암송할 때마다 스스로를 비추어 봅니다. 내가 지금 <바른 생각>(3가지)을 가지고 있는가? <삿된 생각>에 빠져 있지는 않은가? 오늘은 <바른 언어>에 역행하는 4가지<그릇된 언어>로써 구업을 짓지는 않았는가? 혹은 살아있는 생명을 해치는 등 몸으로 짓는 3가지 나쁜 행위를 저지르지는 않았는가? 등등. 암송하면서 비추어보기도 하고, 순간순간 상황 따라서 비추어 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하루 일과를 마친 뒤에 점검하기도 합니다.
‘계행이 청정하다’는 말은 ‘신구의 3업이 청정하다’는 뜻입니다. 8가지 도품 중에서 특히 5계와 직결된 도품이 <바른 생계>·<바른 언어(거짓말, 이간말, 험한말, 잡담)>·<바른 행위(살생, 투도, 음행)>인데, 이 3가지가 ‘몸으로 짓는 업’과 ‘입으로 짓는 업에 해당합니다. 그렇다면 마음으로 짓는 의업(意業)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다름 아닌 <바른 생각>이 바로 마음으로 짓는 업입니다. 《팔정도경》에서는 <바른 생각>(sammā saṅkappa)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Katamo ca bhikkhave sammā saṅkappo.
까따모- 짜 빅카웨- <삼마- 상깝뽀->.
Yo kho bhikkhave nekkhamma saṅkappo,
요- 코- 빅카웨- ①<넥캄마 상깝뽀->,
abyāpāda saṅkappo,
①<아브야-빠-다 상깝뽀->,
avihiṁsā saṅkappo.
③<아위힝사- 상깝뽀->.
Ayaṁ vuccati bhikkhave sammā saṅkappo.
아양 웃짜띠 빅카웨- 삼마- 상깝뽀-.
빅쿠들이여, <바른 생각>이란 무엇인가?
①<감각적 욕망을 떠난 마음>
②<나쁜 의도를 갖지 않는 마음>
③<헤치는 생각을 갖지 않는 마음>
빅쿠들이여, 이런 것을 바른 생각이라 하느니라.
<바른 생각>이란, <감각적 욕망을 떠난 마음>으로서 모양·소리·냄새·맛·감촉 등의 오욕락에 탐닉되지 않은 심리상태이고, 명예나 재물 등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은 마음상태입니다. 또한 <나쁜 의도를 갖지 않는 마음> 즉 악의·원한심·적개심·증오심이 없는 심리상태입니다. 그리고 <해치려는 생각을 갖지 않는 마음>으로서 폭력이나 살생을 저지르려는 의도가 없는 마음상태를 의미합니다. 악행(파계행위)을 저지르는 순간에는 반드시 <바른 생각>에 역행하는 3가지 <그릇된 생각>이 선행하는 법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일상 속에서 수시로 <바른 생각>을 관조함으로 말미암아 살생이나 폭력의 악업으로부터 벗어나 선업을 지으며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해치려는 생각>을 빨리어로 <vihiṁsā-saṅkappa>
<해치지 않으려는 생각>을 <avihiṁsā-saṅkappa>
라고 합니다. <vihiṁsā>(위힝사)는 살생을 포함한 일체의 폭력적인 행위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미얀마의 군경들이 무력으로 시위군중을 진압하는 행위가 바로 <vihiṁsā>(위힝사)이며, 피킷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불법에 저항하는 행위는 <avihiṁsā>(아위힝사)라 할 수 있습니다. 『굿따까 니까야』의 <담마빠다>(진리의 말씀)에 다음과 같은 게송(129~132번송)이 나옵니다.
누구나 폭력을 두려워하고
죽음을 두려워한다.
이 이치를 자기 몸에 견주어
남을 해하거나 죽게 하지 말라.
누구나 폭력을 두려워하고
평화롭게 살기를 원한다.
이 이치를 자기 몸에 견주어
남을 해하거나 죽게 하지 말라.
모든 생명은 평화를 바라나니
폭력으로 이들을 해치는 자는
자신의 평화를 구할지라도
결국 훗날의 평화는 얻지 못하리.
모든 생명은 평화를 바라나니
폭력으로 이들을 해치지 않고
그 속에서 자신의 평화를 구한다면
필경 훗날의 평화를 얻게 되리라.
생명을 지닌 모든 존재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역시 자신의 생명일 것입니다. 나(각자)의 생명은 온 우주를 다 준다고 해도 결코 맞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것입니다. 생명의 소중함은 만물의 영장인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미물에게까지도 똑같이 적용되는 만고불변의 가치입니다. 지렁이든 물고기든 강아지든 사람이든 모든 존재들은 폭력이나 죽음을 두려워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누구에게나 자신의 생명이 가장 소중하듯 다른 생명 역시 그와 똑같이 소중하다는 것을 일깨워주기 위해 불자들에게 <불살생계(不殺生戒)>를 첫 번째로 정해 주셨습니다. <불살생> 즉, “살아있는 생명을 해치지 말라!”고 간곡히 당부하셨습니다. 빨리어(Pāli語) <불살생계> 다음과 같습니다.
빠-나 아띠빠-따- 웨-라마니-
Pāņa atipātā veramaņī
생명 해치다 절제(삼가)
시카 빠당 사마-디야-미
sikhā padaṁ samādiyāmi
배움 노력 지킴(계율)
즉, “살아있는 생명 해치지 않는 계율을 지키도록 힘써 노력하다”란 뜻입니다. 여기서 빨리어 사전에 <Pāņa(빠-나)>는 생물·유정(有情)·생명·목숨이란 뜻입니다. 식물의 경우는 나무나 풀이 생명체이기는 하지만 마음이 없는 무정물(無情物)로 보는 것이 초기불교의 견해입니다. 그렇다고 나무나 풀 꽃 등을 함부로 꺽거나 베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거기에는 무수히 많은 생물 미생물들이 모여 살고 있고, 또 여러 동물들의 안식처이기 때문에 함부로 훼손하는 것을 삼가해야 합니다.
<불살생계(不殺生戒)>는 불교 안에서나 불교 밖에서나 매우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는 도덕행입니다. 불교인들은 아무리 하찮은 생명체일지라도 살생은 물론 살생의 원인이 되는 일체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됩니다. 살인자는 물론이려니와 살생을 밥 먹듯 하는 사람, 혹은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해치는 자는 반드시 악도에 떨어지는 과보를 받게 됩니다. 5계를 지킨 사람은 결코 4악처(惡處)에 떨어지는 법이 없으며, 특히 <불살생계>를 잘 실천한 사람은 임종한 후에 선처(善處)에 태어나나게 됩니다.
빨리어 주석서에 의하면, “지위고하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생명체를 죽이는 자는 다음 생에 부귀와 아름다움, 그리고 온갖 즐거움을 누리게 될지라도 인생의 황금기인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또한 “한 사람이 한 생명에 해를 가함으로 인해 오랫동안 ‘죄의식’으로 고통 받게 되며, 다음 생엔 보다 열등한 존재로 태어나게 됩니다. 만일 그러한 사람이 인간으로 환생한다면 그는 연약하고, 추하고, 소외당하고, 용기 없고, 친구도 하나 없이 항상 낙담과 슬픔 속에 잠기게 되고, 존경 받는 사람들로부터 버림받게 되고, 장수할 수 없는 비참한 사람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빨리어 논장 <담마상가니 주석서>는 살생이 이루어지는 조건을 다음과 같이 5로 보았습니다.
1. 사람이건 동물이건 일단은 살아서 존재해야 한다.
(예 : 모태에 입태한 존재가 살아있는 것)
2. 그것이 살아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예 : 입태 후 몇 달이 지나면 새생명을 분명히 인식)
3. 살아있는 그 존재를 죽이려는 의도.
(예 : 무슨 이유를 들어 태아를 낙태하려 함)
4. 그 존재를 실재로 죽이려고 시도함.
(예 : 낙태를 시키기 위해 의사를 찾아감)
5. 죽음이라는 결과가 나타남
(예 : 결국 그러한 행동 때문에 태아가 죽게 됨)
이렇게 했을 경우 “살아 있는 생명을 죽이지 말라”는 <불살생계>를 범한 것이 됩니다. 그러나 이 5가지 중에서 1가지라도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파계로 간주되지 않습니다. 경전에는, 분명히 살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파계로 인정되지 않는 예가 나옵니다. 부처님께서 사왓티성의 제따와나 수도원에 머무실 때의 일이었습니다. 이미 아라한 도과를 증득한 짝꾸빨라 테라가 달밝은 밤 뜰에서 <걷는 수행>을 하다가 그만 벌레 몇 마리를 밟아 죽였습니다. 이를 본 어떤 비구가 부처님께 가서 짝꾸빨라 테라가 살생을 했노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짝꾸빨라 테라는 이미 모든 번뇌를 소멸한 아라한이니라. 앞을 볼 수 없어 부득이 벌레를 몇 마리 밟아 죽게 했을 것이다. 결코 의도적으로 죽이지는 않았느니라. 그는 <불살생계>를 범하지 않았으니라”
또한 <담마상가니> 주석에는 살생으로 인정할 수 있는 5가지의 살생 방법이 적시되어 있습니다.
1. 자신의 손으로 직접 살생.
2. 남을 시켜서 죽게 함(교살)
3. 총기·투석·매질 등에 의한 살생.
4. 함정을 파서 빠뜨려 죽이는 살생.
5. 신통력을 이용한 살생.
6. 주문 등을 외어서 죽게 하는 살생.
이상의 6가지 방법 중 1가지를 사용하여 마음을 가지고 있는 유정물의 생명을 빼앗는 자는 <불살생계>를 범한 것이 됩니다. 특히 비구들은 <포살의식>을 행할 때 ‘비구 227계목’이 적혀 있는 『빠띠목카』를 낭독하게 되어 있는데, 이 『빠띠목카』의 비구 227계목 중에서 특히 인명을 해치는 살생을 4중죄(빠라지카)의 하나에 포함시켜, 이 중죄를 범할 경우 비구의 자격을 잃게 됨은 물론 승단으로부터 영구히 추방되어 이생에서는 두 번 다시 비구가 될 수 없도록 엄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BC 3세기 무렵 최초로 인도 대륙을 통일했던 마우리 왕조의 아쇼카 대왕은 대륙을 정복한 후 무자비하게 살육된 시체들을 바라보며 물리적 정복을 포기하고 문화정책을 펴게 됩니다. 특히 고따마 부처님의 <불살생계>를 범 국가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담마칙령>이라고 하는 법령을 만들어 전국 각지의 바위나 돌기둥에 새기도록 하였습니다. <담마칙령>은 총 34개의 조항으로 되어 있는데, 그 첫 번째 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법칙은 아쇼카 왕의 명령으로 새긴다. 여기에서는 어떠한 생물도 제물로 바치기 위해 도살해서는 안 된다. 또한 어떤 집회도 열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나 아쇼카는 집회에서 많은 폐해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종류의 집회는 좋다고 본다. 이전에 아쇼카의 수라간에서는 매일 수백천 마리의 동물들이 요리를 위해 도살되었다. 그러나 지금 이 법령이 새겨진 뒤에는 단지 3마리의 동물만이 도살되고 있다. 2마리의 공작과 1마리의 사슴이다. 그렇지만 이 사슴조차도 정기적으로 도살되지 않는다. 이 3마리의 동물도 앞으로는 도살되지 않을 것이다.”
살아 있는 모든 존재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또 그 존재들을 돕고 사는 것이 불교의 이상적인 삶이라면 <불살생>이야말로 부처님의 법을 실천하는 첫 번째의 수행이 아닐까 합니다. 담마칙령 제2칙은 부처님의 가르침 따라 생명의 존엄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즉 사람과 동물이 존귀한 생명채로서 동등하게 보호받아야 된다는 자비사상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6칙은 왕의 의무를 규정해놓고 있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나의 노력이나 백성들 일에 대한 나의 처리에 결코 만족해하지 않는다. 나는 오직 모든 사람들의 이익 증진을 나의 의무라고 생각한다.....내가 노력하는 것은 모든 유정(有情)에게 내가 지고 있는 빚을 갚기 위해서이고, 이 세상에서 그들을 행복하도록 하기 위해서이고, 다음 세상에서 그들이 천국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이다.”
<방생(放生)>이란 무엇입니까? 죽어가는 생명을 살려주거나 죽을 처지에 놓인 생명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행위입니다. 철창 속에 갇힌 생명을 자유롭게 풀어주는 행위(동물원에서 사육되고 있는 야생동물들을 자연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일 등). 더 나아가 질병이나 물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는 나라의 주민들을 돕는 행위. 연고 없는 불우한 어린이나 노약자를 가족으로 받아들여 부양하는 행위. 따뜻한 격려나 위로의 말로 자살하려는 사람의 마음을 되돌려 놓는 등의 행위가 방생에 포함됩니다.
만일 여러분들이 살아있는 모든 생명 해치지 않고 나의 목숨처럼 사랑으로 보살피고 자비의 손길로 구원해 준다면 그 공덕은 고스란히 여러분 자신에게로 되돌아올 것이며, 마침내 여러분 자손들에게까지 그 선한 영향력이 미치게 될 것입니다. 개개인의 안전과 행복, 사회의 평안과 인류의 평화는 바로 <비폭력> <불살생>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신록이 짙어가는 5월입니다. 여러분들의 마음 속 깊은 곳, 무명의 철창 속에 갇혀 있는 새들을 오늘, 저 파란 자유의 하늘로 날려 보내십시오. 탐욕도 없고 성냄도 없는 저 대자유의 하늘로!
불멸 2565(2021). 5.2
천림산 기슭에서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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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장에서》
성남에 가면 성남동 너른 벌판에
닷새마다 장이 선다. 장 한복판에
전생의 나의 아들, 나의 딸
전생의 우리 부모 앉아 계신다.
그들의 피붙이 그들의 연고자들이
뼈와 살을 드러낸 채 토막 난 채로
저울 옆에 흩어져 있다.
철창 속엔
전생의 나의 부모 떨고 있거나
전생의 나의 아들, 전생의 나의 딸들이
겁에 질린 눈으로 거친 사료 씹으며
이승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하고 있다.
4·9·14·19·24·29
한 달에 여섯 번
‘뻥이요!’ 뻥 소리에도 더는 놀라지 않는
어깨 부딪히며 발도 가금 밟히는
여기는 모란장 민속5일장
여러 분들의 선방
오늘은 사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
붉은 가사 휘날리며
소승은 오늘 하루 조실스님이 되고
엿가락을 깨물거나 호떡을 뜯으면서
오늘하루 여러분들은 눈푸른 수행자.
내 이제 두 손 모아 간절히 바라노니
당장 내 놓으시라, 해법을!
전생의 나의 아들, 나의 딸
전생의 우리 부모 구제할 방도를!
* * *
<성남 모란장>은 한국 최대 규모의 전통5일장으로서, 그 장터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곳에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와 터전을 잡은 26개의 상설 건강보신원이 생업중이었습니다. 2017년 당시 성남시는 그들의 이전을 촉구하고 있었고, 그분들은 성남시를 상대로 생존권을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2021년 현재는 모든 업소가 새롭게 정비되었고, 동물보호법에 따라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2016년 1월 10일>, 고창에서 사육되고 있던 돼지 9800마리 중 80여 마리에서 발굽에 물집이 생기는 구제역 증세를 보이자 9800마리 모두 긴급 살처분(산 채로 매몰)되었습니다.
< 흰 달걀 > 2016년 11월 조류독감 AI가 전역으로 확산되자 국내 산란닭의 30%(약 3천만 마리)가 살처분되었고, 마침내 2017년 1월 미국산 흰색 달걀이 수입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인간의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대량으로 속성사육된 가축들은 면역력이 현저히 떨어져 AI와 구제역 등에 쉽게 노출되는데, 이는 가까운 미래의 재앙으로까지 예고되고 있습니다.










8. 작은 목숨 하나라도
-살생과 폭력에 대하여-
<팔정도경>은 열반의 실현을 위한 도닦음의 8가지 품을 설해놓은 경입니다. 팔정도(八正道)는 <계·정·혜> 3학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도달해야 할 목적지를 설정한다는 의미에서 가장 먼저 <혜(慧)>(바른 견해, 바른 생각)이 설해져 있고, 그 다음으로 열반의 초석이라 할 수 있는 <계(戒)>(바른 생계, 바른 언어, 바른 행위)가 설해져 있으며, 마지막으로 수행의 본론에 해당하는 <정(定)>(바른 노력, 바른 사띠, 바른 삼매)이 설해져 있습니다.
이 승은 매일 빨리어<팔정도경>을 암송합니다. 오전에도 암송하고 오후에도 암송하고, 새벽에도 암송하고 밤에도 암송합니다. 암송에만 집중하다 보면 간혹 한글의 뜻을 못 새길 때도 있지만, 가능한 한글의 뜻을 새겨가면서 암송합니다. 빨리어 암송이 어느 정도 익어지면 한글의 뜻은 저절로 따라 붙게 됩니다. 암송할 때마다 스스로를 비추어 봅니다. 내가 지금 <바른 생각>(3가지)을 가지고 있는가? <삿된 생각>에 빠져 있지는 않은가? 오늘은 <바른 언어>에 역행하는 4가지<그릇된 언어>로써 구업을 짓지는 않았는가? 혹은 살아있는 생명을 해치는 등 몸으로 짓는 3가지 나쁜 행위를 저지르지는 않았는가? 등등. 암송하면서 비추어보기도 하고, 순간순간 상황 따라서 비추어 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하루 일과를 마친 뒤에 점검하기도 합니다.
‘계행이 청정하다’는 말은 ‘신구의 3업이 청정하다’는 뜻입니다. 8가지 도품 중에서 특히 5계와 직결된 도품이 <바른 생계>·<바른 언어(거짓말, 이간말, 험한말, 잡담)>·<바른 행위(살생, 투도, 음행)>인데, 이 3가지가 ‘몸으로 짓는 업’과 ‘입으로 짓는 업에 해당합니다. 그렇다면 마음으로 짓는 의업(意業)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다름 아닌 <바른 생각>이 바로 마음으로 짓는 업입니다. 《팔정도경》에서는 <바른 생각>(sammā saṅkappa)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Katamo ca bhikkhave sammā saṅkappo.
까따모- 짜 빅카웨- <삼마- 상깝뽀->.
Yo kho bhikkhave nekkhamma saṅkappo,
요- 코- 빅카웨- ①<넥캄마 상깝뽀->,
abyāpāda saṅkappo,
①<아브야-빠-다 상깝뽀->,
avihiṁsā saṅkappo.
③<아위힝사- 상깝뽀->.
Ayaṁ vuccati bhikkhave sammā saṅkappo.
아양 웃짜띠 빅카웨- 삼마- 상깝뽀-.
빅쿠들이여, <바른 생각>이란 무엇인가?
①<감각적 욕망을 떠난 마음>
②<나쁜 의도를 갖지 않는 마음>
③<헤치는 생각을 갖지 않는 마음>
빅쿠들이여, 이런 것을 바른 생각이라 하느니라.
<바른 생각>이란, <감각적 욕망을 떠난 마음>으로서 모양·소리·냄새·맛·감촉 등의 오욕락에 탐닉되지 않은 심리상태이고, 명예나 재물 등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은 마음상태입니다. 또한 <나쁜 의도를 갖지 않는 마음> 즉 악의·원한심·적개심·증오심이 없는 심리상태입니다. 그리고 <해치려는 생각을 갖지 않는 마음>으로서 폭력이나 살생을 저지르려는 의도가 없는 마음상태를 의미합니다. 악행(파계행위)을 저지르는 순간에는 반드시 <바른 생각>에 역행하는 3가지 <그릇된 생각>이 선행하는 법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일상 속에서 수시로 <바른 생각>을 관조함으로 말미암아 살생이나 폭력의 악업으로부터 벗어나 선업을 지으며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해치려는 생각>을 빨리어로 <vihiṁsā-saṅkappa>
<해치지 않으려는 생각>을 <avihiṁsā-saṅkappa>
라고 합니다. <vihiṁsā>(위힝사)는 살생을 포함한 일체의 폭력적인 행위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미얀마의 군경들이 무력으로 시위군중을 진압하는 행위가 바로 <vihiṁsā>(위힝사)이며, 피킷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불법에 저항하는 행위는 <avihiṁsā>(아위힝사)라 할 수 있습니다. 『굿따까 니까야』의 <담마빠다>(진리의 말씀)에 다음과 같은 게송(129~132번송)이 나옵니다.
누구나 폭력을 두려워하고
죽음을 두려워한다.
이 이치를 자기 몸에 견주어
남을 해하거나 죽게 하지 말라.
누구나 폭력을 두려워하고
평화롭게 살기를 원한다.
이 이치를 자기 몸에 견주어
남을 해하거나 죽게 하지 말라.
모든 생명은 평화를 바라나니
폭력으로 이들을 해치는 자는
자신의 평화를 구할지라도
결국 훗날의 평화는 얻지 못하리.
모든 생명은 평화를 바라나니
폭력으로 이들을 해치지 않고
그 속에서 자신의 평화를 구한다면
필경 훗날의 평화를 얻게 되리라.
생명을 지닌 모든 존재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역시 자신의 생명일 것입니다. 나(각자)의 생명은 온 우주를 다 준다고 해도 결코 맞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것입니다. 생명의 소중함은 만물의 영장인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미물에게까지도 똑같이 적용되는 만고불변의 가치입니다. 지렁이든 물고기든 강아지든 사람이든 모든 존재들은 폭력이나 죽음을 두려워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누구에게나 자신의 생명이 가장 소중하듯 다른 생명 역시 그와 똑같이 소중하다는 것을 일깨워주기 위해 불자들에게 <불살생계(不殺生戒)>를 첫 번째로 정해 주셨습니다. <불살생> 즉, “살아있는 생명을 해치지 말라!”고 간곡히 당부하셨습니다. 빨리어(Pāli語) <불살생계> 다음과 같습니다.
빠-나 아띠빠-따- 웨-라마니-
Pāņa atipātā veramaņī
생명 해치다 절제(삼가)
시카 빠당 사마-디야-미
sikhā padaṁ samādiyāmi
배움 노력 지킴(계율)
즉, “살아있는 생명 해치지 않는 계율을 지키도록 힘써 노력하다”란 뜻입니다. 여기서 빨리어 사전에 <Pāņa(빠-나)>는 생물·유정(有情)·생명·목숨이란 뜻입니다. 식물의 경우는 나무나 풀이 생명체이기는 하지만 마음이 없는 무정물(無情物)로 보는 것이 초기불교의 견해입니다. 그렇다고 나무나 풀 꽃 등을 함부로 꺽거나 베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거기에는 무수히 많은 생물 미생물들이 모여 살고 있고, 또 여러 동물들의 안식처이기 때문에 함부로 훼손하는 것을 삼가해야 합니다.
<불살생계(不殺生戒)>는 불교 안에서나 불교 밖에서나 매우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는 도덕행입니다. 불교인들은 아무리 하찮은 생명체일지라도 살생은 물론 살생의 원인이 되는 일체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됩니다. 살인자는 물론이려니와 살생을 밥 먹듯 하는 사람, 혹은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해치는 자는 반드시 악도에 떨어지는 과보를 받게 됩니다. 5계를 지킨 사람은 결코 4악처(惡處)에 떨어지는 법이 없으며, 특히 <불살생계>를 잘 실천한 사람은 임종한 후에 선처(善處)에 태어나나게 됩니다.
빨리어 주석서에 의하면, “지위고하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생명체를 죽이는 자는 다음 생에 부귀와 아름다움, 그리고 온갖 즐거움을 누리게 될지라도 인생의 황금기인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또한 “한 사람이 한 생명에 해를 가함으로 인해 오랫동안 ‘죄의식’으로 고통 받게 되며, 다음 생엔 보다 열등한 존재로 태어나게 됩니다. 만일 그러한 사람이 인간으로 환생한다면 그는 연약하고, 추하고, 소외당하고, 용기 없고, 친구도 하나 없이 항상 낙담과 슬픔 속에 잠기게 되고, 존경 받는 사람들로부터 버림받게 되고, 장수할 수 없는 비참한 사람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빨리어 논장 <담마상가니 주석서>는 살생이 이루어지는 조건을 다음과 같이 5로 보았습니다.
1. 사람이건 동물이건 일단은 살아서 존재해야 한다.
(예 : 모태에 입태한 존재가 살아있는 것)
2. 그것이 살아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예 : 입태 후 몇 달이 지나면 새생명을 분명히 인식)
3. 살아있는 그 존재를 죽이려는 의도.
(예 : 무슨 이유를 들어 태아를 낙태하려 함)
4. 그 존재를 실재로 죽이려고 시도함.
(예 : 낙태를 시키기 위해 의사를 찾아감)
5. 죽음이라는 결과가 나타남
(예 : 결국 그러한 행동 때문에 태아가 죽게 됨)
이렇게 했을 경우 “살아 있는 생명을 죽이지 말라”는 <불살생계>를 범한 것이 됩니다. 그러나 이 5가지 중에서 1가지라도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파계로 간주되지 않습니다. 경전에는, 분명히 살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파계로 인정되지 않는 예가 나옵니다. 부처님께서 사왓티성의 제따와나 수도원에 머무실 때의 일이었습니다. 이미 아라한 도과를 증득한 짝꾸빨라 테라가 달밝은 밤 뜰에서 <걷는 수행>을 하다가 그만 벌레 몇 마리를 밟아 죽였습니다. 이를 본 어떤 비구가 부처님께 가서 짝꾸빨라 테라가 살생을 했노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짝꾸빨라 테라는 이미 모든 번뇌를 소멸한 아라한이니라. 앞을 볼 수 없어 부득이 벌레를 몇 마리 밟아 죽게 했을 것이다. 결코 의도적으로 죽이지는 않았느니라. 그는 <불살생계>를 범하지 않았으니라”
또한 <담마상가니> 주석에는 살생으로 인정할 수 있는 5가지의 살생 방법이 적시되어 있습니다.
1. 자신의 손으로 직접 살생.
2. 남을 시켜서 죽게 함(교살)
3. 총기·투석·매질 등에 의한 살생.
4. 함정을 파서 빠뜨려 죽이는 살생.
5. 신통력을 이용한 살생.
6. 주문 등을 외어서 죽게 하는 살생.
이상의 6가지 방법 중 1가지를 사용하여 마음을 가지고 있는 유정물의 생명을 빼앗는 자는 <불살생계>를 범한 것이 됩니다. 특히 비구들은 <포살의식>을 행할 때 ‘비구 227계목’이 적혀 있는 『빠띠목카』를 낭독하게 되어 있는데, 이 『빠띠목카』의 비구 227계목 중에서 특히 인명을 해치는 살생을 4중죄(빠라지카)의 하나에 포함시켜, 이 중죄를 범할 경우 비구의 자격을 잃게 됨은 물론 승단으로부터 영구히 추방되어 이생에서는 두 번 다시 비구가 될 수 없도록 엄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BC 3세기 무렵 최초로 인도 대륙을 통일했던 마우리 왕조의 아쇼카 대왕은 대륙을 정복한 후 무자비하게 살육된 시체들을 바라보며 물리적 정복을 포기하고 문화정책을 펴게 됩니다. 특히 고따마 부처님의 <불살생계>를 범 국가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담마칙령>이라고 하는 법령을 만들어 전국 각지의 바위나 돌기둥에 새기도록 하였습니다. <담마칙령>은 총 34개의 조항으로 되어 있는데, 그 첫 번째 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법칙은 아쇼카 왕의 명령으로 새긴다. 여기에서는 어떠한 생물도 제물로 바치기 위해 도살해서는 안 된다. 또한 어떤 집회도 열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나 아쇼카는 집회에서 많은 폐해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종류의 집회는 좋다고 본다. 이전에 아쇼카의 수라간에서는 매일 수백천 마리의 동물들이 요리를 위해 도살되었다. 그러나 지금 이 법령이 새겨진 뒤에는 단지 3마리의 동물만이 도살되고 있다. 2마리의 공작과 1마리의 사슴이다. 그렇지만 이 사슴조차도 정기적으로 도살되지 않는다. 이 3마리의 동물도 앞으로는 도살되지 않을 것이다.”
살아 있는 모든 존재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또 그 존재들을 돕고 사는 것이 불교의 이상적인 삶이라면 <불살생>이야말로 부처님의 법을 실천하는 첫 번째의 수행이 아닐까 합니다. 담마칙령 제2칙은 부처님의 가르침 따라 생명의 존엄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즉 사람과 동물이 존귀한 생명채로서 동등하게 보호받아야 된다는 자비사상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6칙은 왕의 의무를 규정해놓고 있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나의 노력이나 백성들 일에 대한 나의 처리에 결코 만족해하지 않는다. 나는 오직 모든 사람들의 이익 증진을 나의 의무라고 생각한다.....내가 노력하는 것은 모든 유정(有情)에게 내가 지고 있는 빚을 갚기 위해서이고, 이 세상에서 그들을 행복하도록 하기 위해서이고, 다음 세상에서 그들이 천국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이다.”
<방생(放生)>이란 무엇입니까? 죽어가는 생명을 살려주거나 죽을 처지에 놓인 생명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행위입니다. 철창 속에 갇힌 생명을 자유롭게 풀어주는 행위(동물원에서 사육되고 있는 야생동물들을 자연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일 등). 더 나아가 질병이나 물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는 나라의 주민들을 돕는 행위. 연고 없는 불우한 어린이나 노약자를 가족으로 받아들여 부양하는 행위. 따뜻한 격려나 위로의 말로 자살하려는 사람의 마음을 되돌려 놓는 등의 행위가 방생에 포함됩니다.
만일 여러분들이 살아있는 모든 생명 해치지 않고 나의 목숨처럼 사랑으로 보살피고 자비의 손길로 구원해 준다면 그 공덕은 고스란히 여러분 자신에게로 되돌아올 것이며, 마침내 여러분 자손들에게까지 그 선한 영향력이 미치게 될 것입니다. 개개인의 안전과 행복, 사회의 평안과 인류의 평화는 바로 <비폭력> <불살생>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신록이 짙어가는 5월입니다. 여러분들의 마음 속 깊은 곳, 무명의 철창 속에 갇혀 있는 새들을 오늘, 저 파란 자유의 하늘로 날려 보내십시오. 탐욕도 없고 성냄도 없는 저 대자유의 하늘로!
불멸 2565(2021). 5.2
천림산 기슭에서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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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장에서》
성남에 가면 성남동 너른 벌판에
닷새마다 장이 선다. 장 한복판에
전생의 나의 아들, 나의 딸
전생의 우리 부모 앉아 계신다.
그들의 피붙이 그들의 연고자들이
뼈와 살을 드러낸 채 토막 난 채로
저울 옆에 흩어져 있다.
철창 속엔
전생의 나의 부모 떨고 있거나
전생의 나의 아들, 전생의 나의 딸들이
겁에 질린 눈으로 거친 사료 씹으며
이승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하고 있다.
4·9·14·19·24·29
한 달에 여섯 번
‘뻥이요!’ 뻥 소리에도 더는 놀라지 않는
어깨 부딪히며 발도 가금 밟히는
여기는 모란장 민속5일장
여러 분들의 선방
오늘은 사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
붉은 가사 휘날리며
소승은 오늘 하루 조실스님이 되고
엿가락을 깨물거나 호떡을 뜯으면서
오늘하루 여러분들은 눈푸른 수행자.
내 이제 두 손 모아 간절히 바라노니
당장 내 놓으시라, 해법을!
전생의 나의 아들, 나의 딸
전생의 우리 부모 구제할 방도를!
* * *
<성남 모란장>은 한국 최대 규모의 전통5일장으로서, 그 장터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곳에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와 터전을 잡은 26개의 상설 건강보신원이 생업중이었습니다. 2017년 당시 성남시는 그들의 이전을 촉구하고 있었고, 그분들은 성남시를 상대로 생존권을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2021년 현재는 모든 업소가 새롭게 정비되었고, 동물보호법에 따라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2016년 1월 10일>, 고창에서 사육되고 있던 돼지 9800마리 중 80여 마리에서 발굽에 물집이 생기는 구제역 증세를 보이자 9800마리 모두 긴급 살처분(산 채로 매몰)되었습니다.
< 흰 달걀 > 2016년 11월 조류독감 AI가 전역으로 확산되자 국내 산란닭의 30%(약 3천만 마리)가 살처분되었고, 마침내 2017년 1월 미국산 흰색 달걀이 수입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인간의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대량으로 속성사육된 가축들은 면역력이 현저히 떨어져 AI와 구제역 등에 쉽게 노출되는데, 이는 가까운 미래의 재앙으로까지 예고되고 있습니다.